I Wish My Husband Were Dead - Chapter 32
Only Krnovel
로팰 마법사 협회
2023.12.02.
그러나 인사한 지 겨우 한 시간도 되지 않아 코델리아는 첫 번째 난관을 만났다.
‘어떻게 들어가는 거지?’
로팰 마법사 협회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바론이 알려 준 길로 가다 보니 금세 거대한 건물을 발견할 수 있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정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좁은 문 하나만 개방되어 있었는데 그곳을 통과하는 이는 하나같이 팔에 빛나는 고리 같은 것을 가지고 있었다.
사람이 없을 때 코델리아가 무작정 문을 열고 들어가려고 했으나 당연하지만 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한참을 그 앞에서 서성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이를 붙잡았다.
“잠시만요.”
“무슨 일이시죠?”
검은색 긴 로브를 입은 남자가 귀찮다는 듯이 코델리아를 돌아보았다.
“저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들어갈 수 있나요?”
그녀의 물음에 남자는 코델리아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손을 내저었다.
“옷차림을 보니 여행객 같은데 이 안은 아무나 못 들어갑니다.”
“난 구경하러 온 게 아니라 음. 뭐라고 해야 하지. 스승님의 연구실로 가려고 하는 거예요.”
“스승? 당신 마법사인가요?”
“아, 네! 맞아요.”
코델리아는 얼굴에 화색을 띠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그는 의아한 듯 되물었다.
“처음 보는 얼굴인데. 당신의 스승이 누구인데요?”
“레오나드 아틸레이요.”
그는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배를 잡고 웃었다. 결코 호의적인 웃음은 아니었다.
“왜 웃어요?”
“사기도 좀 알아보고 쳐야지. 이봐요. 그분 돌아가신 지 벌써 두 달이 넘었어요. 아니, 죽지 않았다고 해도 하필 그분의 제자를 사칭하다니 어처구니가 없네.”
“진짜예요. 저 레오나드 아틸레이를 사사했다고요.”
“하하하. 이봐, 캐서린. 이리 좀 와 봐. 아틸레이 님의 제자가 왔더군.”
그는 전혀 코델리아의 말을 믿는 기색이 아니었다. 오히려 마협으로 들어가려는 다른 동료 마법사들을 불러 세우더니 코델리아를 조롱했다.
“어떻게 하면 내 말을 믿어 줄 건가요?”
“그야 쉽죠. 당신이 진짜 아틸레이 님의 제자라면 인장을 보여 줘요.”
“인장? 그게 뭔데요?”
“하하하! 인장이 뭔지도 모르면서 마법사의 제자라고 사칭하다니.”
한 명이었던 구경꾼은 어느새 다섯이 넘었다. 그들은 코델리아를 둘러싼 채 비웃었다.
코델리아는 퍽 당황했다.
예전에 한번 바론이 지나가면서 인장 이야기를 했던 것 같긴 한데 따로 받은 건 없었다.
혹시 바론이 몰래 챙겨 준 건 없나 주머니를 다시 한번 뒤져 보았지만 아무리 봐도 낡은 열쇠 하나가 전부였다.
‘아니, 안으로 들어가려면 인장이 필요하다고 말을 해 줘야지. 들어가지도 못하고 입구에서 망신당하고 있네.’
이대로 다시 여관으로 돌아가야 하나 낙담하던 찰나였다.
“레오의 제자라고요?”
단 한 번 들었지만 결코 잊을 수 없는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렸다. 맑고 청아한, 마치 새벽의 이슬 같은 목소리였다.
그리고 로티가 마수라는 것을 곧바로 알아보았던 바로 그 남자의 것이었다.
“응? 그때 여관에서 들었던, 헉.”
“에, 엘펜바움 님.”
놀랍게도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로젠블러 엘펜바움이었다.
그녀를 둘러싸고 있던 마법사 무리는 로젠블러를 보더니 당황하여 길을 비켰다.
멀리서 말을 타고 가는 것을 봤을 때도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했는데 가까이서 보니 더 비현실적이다. 인간이 아니라 조각상이 움직이는 것 같았다.
그는 서늘하게 가라앉은 푸른 눈으로 코델리아를 내려보며 말했다.
“그 말 책임질 수 있습니까?”
“네? 아. 그럼요. 확실해요.”
“그렇다면 내가 도와주죠. 당신이 진짜 레오의 제자라면.”
“뭘 어떻게 도와준다는, 앗.”
로젠블러가 아무런 경고 없이 덥석 그녀의 팔을 낚아챘다. 그리고 뭔가를 짧게 중얼거렸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몸에서 빛이 나기 시작했다.
딱 한 번 겪었지만 코델리아는 이 순간을 명확히 기억하고 있다. 처음 레오나드가 그녀를 제자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던 순간과 비슷했다.
복잡한 기하학무늬가 그녀의 손끝에서부터 시작해서 거미줄처럼 전신으로 퍼졌다. 곧이어 빛이 사그라들고 장내는 침묵에 휩싸였다. 감히 그 누구도 입을 열 생각을 하지 못했다.
코델리아를 제외한다면.
“저기, 확인된 건가요? 이제 안에 들어가 되나요?”
“맙소사, 맙소사! 진짜라니!”
“캐서린! 당장 장로님한테 연락드려! 아틸레이 님의 제자가 나타났다고!”
“신이시여!”
사람들은 단체로 미친 사람처럼 저마다 괴성을 지르면서 어디론가 달려 나갔다. 코델리아는 그 광기 어린 반응에 흠칫 놀라서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놀랄 거라는 것은 예상했지만 지나치게 격한 반응이었다.
“뭐, 뭐야.”
“정말이군요. 레오가 제자를 남겨 두다니.”
“믿어 주시는 건가요?”
“믿지 않을 도리가 없군요. 온몸에 아케론이 새겨져 있으니.”
“아케론?”
“레오가 세운 별의 이름입니다. 설마 모르는 건 아니겠죠?”
“처음 듣는데요. 아, 그건 알아요. 스승님이 별을 운영하는, 뭐였더라. 세이, 세리…….”
“세이리우스.”
“맞아요. 세이리우스. 제일 높은 거.”
로젠블러는 기억을 더듬던 코델리아의 말을 완성해 주었다. 그는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레오가 세운 학파의 유일한 후계자이면서 학파 이름을 모른다고요?”
“안 알려 줬다니까요.”
“뭐, 좋아요. 시간은 많으니까.”
그는 자연스럽게 코델리아와 함께 문을 열고 들어갔다.
“로팰에는 왜 온 겁니까?”
“저는 그, 스승님의 연구실에 들르려고요.”
“딱 맞춰 왔군요. 막시밀리안이 그의 연구실 영구 폐쇄를 청했는데. 당신이라면 막을 수 있겠어요.”
그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미 내막을 알고 있는 코델리아는 그게 무슨 말이냐고 되묻지 않았다.
“따라와요. 안내해 줄 테니까.”
“저기, 그런데.”
“왜요?”
“손은 좀 놔주시면 안 될까요?”
“아.”
로젠블러는 뒤늦게 자신이 그녀의 손목을 쥐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모양이다. 그는 꿀처럼 달콤하게 웃으며 손에서 힘을 풀었다.
그의 미소를 정면에서 보자 코델리아는 저도 모르게 정신이 혼미해졌다. 지나치게 아름다운 남자다.
“미안해요. 너무 놀라서.”
“흠흠. 아니에요. 그래도 당신은 아까 그 사람들보다는 반응이 덜 격하네요.”
“그게 정상일 겁니다. 그 레오의 제자라니.”
“제가 스승님의 제자라는 게 그렇게 놀랄 일인가요?”
“맙소사, 몰라서 묻는 건 아니겠죠? 레오는 팔 년 전에 학파를 세우면서 제자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어요.”
“그래요?”
“그 말에 얼마나 많은 마법사들이 실망했는지 모를 겁니다. 레오는 마법사들의 우상, 아니 살아 있는 전설이나 다름없었으니까요. 그런데 갑자기 레오가 죽었다고 알려진 후에 그의 제자가 나타나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죠.”
“스승님이 그 정도예요?”
코델리아는 솔직히 당황했다. 레오나드가 하도 잘난 척을 하길래 예, 예, 하면서도 어느 정도 과장이 섞여 있는 줄 알았는데 그녀의 예상보다 레오나드가 훨씬 대단한 모양이다.
“하하. 그걸 당신이 모른다는 게 난 더 신기하네요. 참, 그러고 보니 내 소개를 하지 않았네요. 난 로젠블러 엘펜바움이라고 해요. 그때 여관에서 한 번 만났었죠.”
“어? 기억하네요.”
“당연하죠. 그런 특이한 마수는 처음 봤으니까요.”
“로티는 그냥, 마수라기보다 개에 더 가깝긴 하지만.”
“당신의 이름을 물어도 될까요?”
“아참, 코델리아 에이브람스라고 해요.”
그녀는 무릎을 살짝 숙여 귀부인의 방식으로 인사했다.
“에이브람스?”
“잘 모르실 거예요. 워낙 시골에 있는 영지라.”
“그렇군요.”
“그런데 저도 하나 물어봐도 될까요?”
“무엇이든.”
“스승님이랑 잘 아는 사이세요? 이름을 친근하게 부르시길래.”
“흠. 뭐라고 해야 할까. 친구라고 부르기엔 멀고 그냥 지인이라고 하기엔 가까운 사이랄까.”
“아, 역시.”
“역시?”
“스승님한테 친구가 있을 리 없잖아요. 그것도 당신처럼 정상인 사람이.”
“하하하.”
로젠블러는 걷다 말고 큰 소리로 웃었다. 목소리가 좋으니 웃음소리도 당연히 좋았다. 엉뚱하지만 코델리아는 그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종소리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안해요. 내가 웃은 건……. 당신이 정말 레오의 제자인 것 같아서요.”
“스승님 제자 맞는데요?”
“그래요. 맞는 것 같네요.”
그가 부드럽게 웃으며 다시 걷기 시작해서 코델리아도 따라 걸었다.
깊이 들어갈수록 절경이 펼쳐졌다. 탁 트인 돔 형태의 건물 천장에는 보석인지 뭔지 모를 것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얼마나 빛나던지 마치 당장이라도 쏟아질 것만 같았다.
“와.”
이번엔 코델리아가 걸음을 멈추고 감탄사를 뱉었다. 로젠블러가 친절한 미소와 함께 설명했다.
“천장에 있는 건 별의 전당이라고 불리는데 총 열일곱 개의 다이아몬드가 박혀 있습니다. 각각의 학파를 나타내죠. 원래 열여섯 개였지만 팔 년 전에 레오가 새로운 별을 박아 넣었어요.”
“팔 년 전의 스승님은 어땠나요?”
“모르나요?”
“모르죠. 전 겨우 스승님을 두, 크흠. 어.”
아무 생각 없이 답하려다 아차 싶어서 말을 멈췄다.
언제 레오나드와 만났다고 하면 좋으려나.
실제로 코델리아가 그의 제자가 된 지는 그가 죽은 후, 이제 겨우 두 달 남짓이 되어 가지만 그렇게 말했다간 의심을 살 것이다.
“두?”
“그, 일 년. 맞아요. 일 년 정도 전에 만났으니까요.”
“일 년? 겨우?”
그의 얼굴에 실망한 기색이 비쳤다. 레오나드를 일 년 전에 만난 게 왜 그가 실망할 일인지는 모르지만 굳이 캐묻지 않았다.
“그럼 이제 수습을 떼고 하급이 됐겠군요.”
“그렇지요.”
“흠. 그래요. 레오도 모든 걸 예상할 수는 없었을 테니까.”
그는 그녀가 이해할 수 없는 말을 중얼거렸다. 두 사람은 별의 전당을 지나 계속 앞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느낌 탓인지는 몰라도 사람들이 자꾸 이쪽으로 몰려드는 기분이었다.
처음엔 무슨 모임이라도 있는 줄 알았는데 그들은 웅성거리며 엘펜바움을 힐끔거렸다.
코델리아는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말했다.
“엘펜바움 님은 여기서 엄청 유명한 분이신가 보네요.”
“내가요?”
“네. 사람들이 엄청 쳐다봐요.”
“글쎄요. 날 보는 게 아니라 당신을 보는 것 같은데.”
“저요? 저는 오늘 여기 처음 왔는데요.”
“아케론을 몸에 새기고 왔고 그걸 다섯 명의 마법사가 보았으면 지금쯤 마협의 모든 마법사가 알 겁니다. 당신이 누구의 제자인지. 아마 장로들뿐 아니라 각 학파의 세이리우스까지 전부.”
“아, 그런가요?”
참 소식도 빠르네. 코델리아는 마법사 세계가 생각보다 좁은 것에 놀랐다.
마치 로젠블러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지팡이를 가진 노인이 불쑥 나타났다.
머리가 하얗게 센, 동화책에서나 나올 법한 마법사의 옷차림이었다. 그는 대뜸 코델리아 앞에 얼굴을 쑥 내밀더니 물었다.
“네가 아틸레이 놈 제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