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Wish My Husband Were Dead - Chapter 39
Only Krnovel
막시밀리안
2023.12.09.
“스승님은 나한테 평생 자기 옆에 붙어 있으라고 했어요. 마법사한테 사제 관계는 부부보다 더 중요하다고 했다고요.”
“하. 그깟 마법사 타령은. 마법사가 뭔지도 몰랐으면서.”
“뭣도 아닌 당신보다야 내가 스승님한테 더 중요한 거 같은데? 벨루체야 그저 흔하디흔한 기사지만 난 스승님의 하나뿐인 제자라고요.”
일부러 그를 자극하기 위해 한 말이었다. 예상대로 벨루체의 얼굴에 실금이 갔다. 그는 질투와 미움을 남김없이 드러내며 쏘아붙였다.
“제자? 그 중요한 제자를 왜 당신 같은 사람으로 받아들였는지 모르겠어요? 주인님의 제자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았는데 너 같은 여자를 받았겠냐고요.”
“그야, 내가 재능이 있어서…….”
“당신 재능이 뭐? 그래 봤자 주인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잖아.”
순간 막시밀리안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당신이 무슨 재능을 가지고 있건 형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거예요.’
그때도 지금도 코델리아는 그 말에 쉽게 동의했다. 막시밀리안의 말이 틀린 건 아니었으니까.
코델리아가 쉽게 말을 잇지 못하자 벨루체의 비웃음이 좀 더 진해졌다.
“주인님이 몸을 되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요?”
“마법을 써야겠죠?”
“맞아요. 영혼 이동 마법으로 영혼을 옮기는 마법을 써야 하는데 그 마법에는 엄청난 마력이 필요해요. 근데 현재 주인님의 몸으로는 어림도 없죠.”
“그래서 성물을 가져오라고 한 거 아니에요?”
“겨우 성물 몇 개로 주인님의 마력을 대신할 순 없죠.”
그럼 대체 어떻게 그 마법을 사용할 수 있지?
의문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벨루체는 그 생각을 읽기라도 하듯 친절하게 답을 알려 주었다.
“그래서 널 제자로 받은 거예요.”
“날?”
“바론이 자기 마력을 당신한테 붓고 성물까지 전부 짜내면 얼추 그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
“나한테 마력을 붓는다고요?”
설명을 들어도 그의 말이 쉽게 이해가 되진 않았다. 코델리아는 여전히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벨루체를 바라볼 뿐이었다. 벨루체가 혀를 찼다.
“이리 멍청해서야. 그러니까 널 매개체로 이용해서 영혼 이동 마법을 하실 생각인 거죠. 마력을 전달하는 매개체.”
“……매개체.”
“이제 좀 이해가 돼요? 넌 그냥 주인님의 몸을 되찾기 위한 매개체에 불과하다고요. 그러니까 하나뿐인 제자니 뭐니 하는 잘난 척 좀 그만할래요? 매개체로 이용된 인간은 다신 마력을 사용할 수 없으니까.”
“거짓말. 거짓말이야. 벨루체는 날 싫어하니까 그냥 지어낸 말이겠죠.”
“하하. 내가 왜? 당신은 개미가 싫으면 개미한테 거짓말을 하나요? 굳이 그럴 필요 있나요? 그냥 밟아 죽이면 되는데.”
‘당신은 그저 체스 말로 이용되고 있다는 뜻이에요. 형의 이득을 위해.’
코델리아는 막시밀리안이 했던 다른 말이 떠올랐다.
체스 말. 이용. 이득.
그때는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던 말들인데 갑자기 머리를 관통하고 지나갔다. 이 상황을 마치 예견이라도 하는 것처럼 정확히 들어맞는 말이었다.
코델리아는 주먹을 세게 쥐었다 폈다를 반복했다. 머리가 너무 혼란스러웠다. 벨루체가 했던 말이 진실인지 아닌지 판별하기 어려웠다.
아니라고 믿고 싶었지만 마음 한편에서는 그가 정말 그런 이유로 자신을 제자로 받아들인 건 아닌가 하는 의심이 피어났다.
“지금 이 순간을 마음껏 즐기도록 해요. 당신의 끝도 이제 얼마 안 남았으니까.”
벨루체는 끝까지 코델리아를 비웃으며 그녀를 갑판 위에 둔 채 혼자 떠나 버렸다.
코델리아는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다가 다시 그녀의 작은 선실로 돌아왔다.
“스승님한테 물어보자. 이렇게 고민할 필요가 뭐 있어? 물어봐서 맞으면…….”
맞다고 하면 어떡하지? 널 제자로 맞이한 이유가 그거라고 하면 난 어떻게 해야 하지?
그럴 줄 알았어요, 라고 그냥 웃으며 넘기면 되나?
코델리아는 침대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깊게 심호흡을 했다.
‘차라리 잘됐지 뭐. 마법 못 쓰게 되면 대신 스승님한테 돈이나 왕창 달라고 해서 내 가게나 차려야지. 남은 생애 동안 떵떵거리고 살 수 있어. 맞다. 전부터 사고 싶었던 책들도 잔뜩 사서…….’
나무 바닥이 동그랗게 젖었다. 혹시 천장에 물이 새는 건가 싶어 고개를 들어 올렸는데, 턱 끝에 눈물이 아롱져 떨어졌다.
그제야 코델리아는 자신이 울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선실 구석에 자리를 잡고 누워 있던 로티가 다가왔다. 로티는 그녀의 무릎에 머리를 올려놓았다.
“마법서를 잔뜩 사려고 했는데…….”
의자에 앉은 채 그녀는 로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실은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레오나드에게 마법을 배우는 게 즐거웠다. 모르는 것을 알아 가는 것도, 숙제하느라 밤을 새우는 것도, 스승에게 그것도 모르냐는 구박을 받는 것까지 전부 기뻤다.
산송장처럼 살아가던 과거와는 달리 정말 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 더 열심히 할 수 있는데. 진짜 열심히 공부해서…….”
그냥 보조 마법 몇 개를 배워서 마법 감정사가 되는 꿈은 어느 순간 사라졌다.
마협에서 수많은 마법사를 보고 오니 그녀도 더 배우고 싶었다. 조금씩 욕심이 났다.
실망하지 않기 위해선 기대하지 않아야 하는데 레오나드는 너무 많은 기대를 그녀에게 심어 줬다.
그때 아무 예고 없이 선실 문이 발칵 열렸다. 레오나드가 문가에 비스듬히 서서 짜증스럽게 소리쳤다.
“너 내가 식당으로 오라 한 말 못 들었냐? 뭘 꾸물대고 있어?”
“아.”
코델리아는 서둘러 뺨에 맺힌 눈물을 닦아 내고 일어났다. 그러나 울어서 붉어진 눈가는 감출 수 없었다. 레오나드가 방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왔다.
“청승맞게 왜 혼자 울고 있냐?”
“그냥 눈에 먼지가 들어가서.”
“왜 우냐고? 설마 벨루체 그 새끼가 또 너한테 손댔어?”
그는 눈을 홉뜨며 코델리아의 턱을 들어 올려 상처가 있는지 샅샅이 살폈다.
“팔 들어 봐. 아니, 내 앞에서 한 바퀴 돌아 봐.”
“스승님. 그런 거 아니에요. 그냥 갑자기 고향 생각 나서 눈물 좀 난 거뿐이에요.”
“고향? 네가 맨날 지긋지긋하다고 말했던 그 고향?”
“에이, 내가 또 언제 맨날 지긋지긋하다고 했어요. 그냥 적당히 지긋지긋했지.”
그녀는 겨우 입꼬리를 올리며 손사래를 쳤다. 레오나드는 여전히 코델리아의 말을 믿지 않는 듯 의심의 눈초리를 감추지 않았다.
“진짜야? 어디서 한 대 맞고 질질 짜고 있는 게 아니라?”
“아니라니까요. 내가 뭐 맨날 맞고 다니는 줄 알아.”
“아니긴. 너희 시어머니한테도 포도주로, 됐다. 딜로아나 영지 갔다 온 다음엔 호신용 마법이나 알려 주든가 해야지. 최소한 네 몸 하나는 지킬 수 있게.”
“…….”
“왜 또 우는 건데?”
다음엔.
그 단어가 무엇도 약속하지 않는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누가 눈이라도 찌른 것처럼 눈물이 예고 없이 주룩주룩 나왔다. 그녀는 그나마 멀쩡한 오른팔을 들어 흐르는 눈물을 닦아 내려 했으나 턱없이 부족했다.
“스, 스승님.”
“왜? 울지 말고 말을 해. 사람 답답하게 하지 말고.”
“스승님. 결계 풀고 안으로 들어가면요. 스승님 몸으로 어떻게 영혼을 옮겨요?”
“참나. 그게 울면서 물어볼 질문이야?”
그는 어처구니없어하면서도 그녀의 물음에 성실히 답해 주었다.
“원래대로라면 내 마력을 이용해서 영혼 이동 마법을 해야겠지만 지금 이 몸뚱이로는 어림도 없으니 다른 방법을 써야겠지.”
“다른 방법이요?”
“어. 매개체를 이용해서 마법을 실행할 생각이야. 마침 주변에 마력을 담을 괜찮은 매개체가 있으니까. 젊고 건강한.”
“……그렇구나. 그 매개체는 뭔데요?”
“오늘따라 궁금한 게 많네. 어차피 도착하면 알게 될 거야. 그게 누군지는.”
그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코델리아는 그 순간 눈물이 말랐다.
에이브람스로 떠나는 마차에서 아버지에게 ‘행여 돌아올 생각 말고 죽어도 거기서 죽어라.’는 말을 들었을 때처럼.
* * *
“코델리아 님 말입니다.”
“어.”
“요즘 조금 이상하지 않습니까?”
바론이 낮은 목소리로 속닥거렸다. 레오나드는 모닥불 근처에 앉아 멍하니 불꽃을 바라보는 코델리아를 보았다.
나흘간 배를 타고 앙센에 도착하여 남으로 다시 여정을 떠난 지 닷새가 지났다. 남대륙의 더위는 상상을 초월해서 지금이 겨우 초봄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일행은 배에서 내리자마자 모두 남대륙식의 옷을 사서 갈아입었다.
그때 처음으로 코델리아가 조금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겨울 외투 안 버리길 잘했네. 어차피 돌아가야 하는데.’
‘뭐라고?’
‘아무것도 아니에요.’
혼잣말이 늘었다. 그리고 자꾸 허공을 보면서 멍하게 있는 일도 늘어났다.
수업 시간에도 그게 지속되자 레오나드가 집중하라고 몇 번이나 다그쳤다. 예전 같으면 입으로는 투덜대면서도 곧잘 집중하고 숙제도 다 해 왔는데 이젠 설렁설렁하는 게 눈에 보였다.
‘이게 뭐야? 내가 내 준 숙제 반도 안 했네.’
‘네.’
‘할 말이 그게 다야? 너 지금 빈 종이만 가져온 게 몇 번째야?’
‘잘못했어요.’
왜 그랬는지 변명도 없었다. 코델리아는 무뚝뚝하게 고개만 슬쩍 숙이고는 자리를 아예 피해 버렸다. 레오나드가 잔소리해도 인상을 찡그리고 듣는 둥 마는 둥이었다.
“이상하긴요. 원래 저랬잖아요, 저 여자. 제멋대로에, 주인님을 공경할 줄도 모르고.”
I don’t know what’s going to be in the ship. I remembered
crying .